KIA는 지난해 떠나간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를 잊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출신으로 KIA에 입단해 2018년까지 3년 동안 양현종과 원투펀치 호흡을 맞춘 헥터는 2009년 우승을 이끈 아킬리뇨 로페즈에 이어 KIA에서 가장 사랑받은 외국인 투수였다. 2017년에는 양현종과 동반 20승을 거둬 역시 우승을 이끌었다.
헥터가 다름아닌 세금 폭탄을 맞아 KIA를 떠나게 되자 아쉬움은 매우 컸고 지난해 극도로 부진한 외국인 투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움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올시즌 헥터의 그늘은 사라지고 있다. 애런 브룩스(30·KIA)가 완전한 에이스의 위용을 발휘하고 있다.
브룩스는 지난 23일 사직 롯데전에서 7이닝 동안 단 1안타밖에 내주지 않는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5회 1사후 안치홍에게 2루타를 맞을 때까지 노히트노런 페이스를 달린 브룩스는 6회와 7회도 삼자범퇴로 마감하며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를 완전히 잠재웠다. 이날 9회 끝내기 패배로 승수는 3승에 그대로 머물렀지만 KIA는 얼마나 안정된 외국인 에이스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브룩스는 이날 경기로 평균자책을 2.62로 뚝 떨어뜨렸다. 임기영(2.91)보다 더 낮춰 KIA 선발 중 최고로 올라섰다. 평균자책은 안정감의 상징이다. 브룩스는 개막 이후 한 번도 5회 전에 물러난 적이 없다. 5월17일 두산전(5.1이닝 4자책)을 제외하면 3실점 이상을 넘긴 적도 한 번 없다.
워윅 서폴드(한화)와 함께 올시즌 완봉승을 기록하고 있는 투수이기도 하다. 지난 10일 KT전에서 5이닝 무실점 승리로 완봉승을 거뒀다. 강우콜드로 5회 만에 경기가 끝났지만 브룩스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도 겨우 59개로 5이닝을 막고 3안타 무사사구 피칭으로 완봉승을 거뒀다.
브룩스는 개막 직전 많은 감독들로부터 올시즌 경계할 외국인선수로 꼽혔다. 시범경기를 치르지 않고 짧은 연습경기 상대와 영상 자료만으로도 투심을 앞세운 브룩스의 구위와 무브먼트는 위력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개막 이후 브룩스는 그 진가를 입증하고 있다.
많은 사랑을 받은 헥터가 KIA에서 가장 크게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이닝이터’의 면모였다. KIA에서 뛴 3시즌 중 2시즌 동안 200이닝을 넘겼다. 초반 불안하게 출발한 경기에서도 눈 깜짝할 새 경기 중반 이후가 될 정도로 늘 6~7이닝을 거뜬히 소화해 신뢰를 받았다.
브룩스도 5회 강우콜드게임이었던 한 경기를 제외한 8경기 중 5경기에서 6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총 55이닝을 던져 경기당 평균 6이닝 이상을 소화하고 있다.
헥터는 빠른 속도로 선수단에 활발하게 녹아들어 나중에는 거의 한국 선수와 같은 정서로 뛰었다. 세금 문제로 떠나야 했던 상황을 더욱 아쉬워했던 이유다. 브룩스 역시 KIA 선수단과 매우 잘 어울리며 인성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KIA 선발 5명은 양현종의 제안으로 승리할 때마다 동그랗게 모여 손을 모으고 파이팅을 외친다. 서로 ‘오글거린다’고 했던 이 세리머니에 대해 선수들은 “브룩스가 제일 열심히 한다”고 전했다.
KIA는 올시즌 보기 드물게 5명 모두가 고루 잘 던지는 안정된 선발진을 앞세워 시즌 초반을 지나고 있다. 헥터가 떠나간 지난해 KIA 마운드는 완전히 양현종이 혼자 지켜야 했다. 올해는 양현종이 초반 살짝 기복을 보이고 있지만 마운드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외국인 투수 브룩스가 조금은 천천히 걷는 양현종을 보조하며 헥터의 향기를 지워가고 있다.
June 24, 2020 at 07:45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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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의 믿고 보는 그날…브룩스가 지워가는 헥터의 향기 - 스포츠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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