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의 힘/프레드 P. 혹버그 지음·최지희 옮김/358쪽·1만6800원·어크로스
정치인들은 아이폰을 조립하는 폭스콘 공장을 미국에 유치했다. 저자는 이것이 정치적 승리인지는 몰라도 이를 위해 폭스콘에 제공한 각종 금융, 세금 혜택을 따지면 위스콘신을 궁지로 내모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Storms Media Group/Alamy Stock Photo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폐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수년간 찬밥 신세였다. 심지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도 트럼프 대통령이 NAFTA를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으로 대체한 것을 긍정 평가한다. NAFTA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해외로 유출한 원흉이라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자유무역이 가져다 준 보이지 않는 이익이 많다고 반박한다. 25년 동안 NAFTA가 동네북이 된 것은 오히려 정치인 탓이다. 그들은 ‘백인 남성 노동자’의 표심을 노리기 위해 선거철만 되면 NAFTA를 비난했다. 트럼프는 물론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도 예외는 아니다. ‘무역은 금기어가 아니다(Trade is not a four-letter word)’라고 역설하는 책은 정치적 수사(修辭)에서 벗어나 무역을 원점에서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무역이 급격히 확대된 만큼 그 양상도 복잡해졌다. 경제적 인과관계도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역에 관심이 없어 ‘포퓰리즘 샌드백’이 됐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책은 일반인이 갖기 쉬운 무역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고 큰 그림을 이해하기 쉽도록 서술됐다.
무역에 관한 대표적 오해는 ‘무역적자는 나쁘다’는 것이다. 2018년 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무역적자에 관한 내용을 37번이나 올렸다. 공포감을 조성하는 형용사와 함께 그는 “어마어마한 적자를 되찾아야만 한다” “미국이 눈 가리고 강탈당했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런데 우리가 미용실에 갈 때마다 돈을 쓰기만 한다고 해서 ‘돈을 잃어버렸다’고 할 수는 없다. 지불한 만큼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받는다는 이야기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또한 “무역적자는 경제정책을 평가하는 가장 형편없는 기준”이라고 말한다.주요기사
2부로 넘어가면 일상에 작용하는 자유무역의 효과들이 펼쳐진다. 타코 샐러드, 자동차, 바나나, 아이폰, 교육,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통해서다. 멕시코 음식으로 여겨지는 타코 샐러드는 사실상 모든 재료를 미국산으로 만들 수 있다. 미국산 부품을 가장 많이 쓴 자동차는 놀랍게도 일본의 혼다 오디세이다. 반대로 미국에서 가장 많이 수출한 차는 BMW SUV다. 또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을 지적하며 아이폰, 교육 수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진지한 무역 상품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저자는 제안한다. 이 과정에서 존 F 케네디로 대표되는 미국이 번영했던 시절의 가치를 되새긴다. 자유로운 경쟁의 장에서 창의성을 통해 발전해 나아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돼 자연스레 평화도 이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모든 서술은 철저히 미국의 관점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전 세계가 마주하고 있는 변화의 거센 물결에 관한 해답이 비난하는 정치인이 아닌 똑똑한 시민에게 있다는 것은 절실히 공감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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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31, 2020 at 01: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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