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사이드/마이클 루이스 지음·박중서 옮김/448쪽·1만8500원·북트리거
마이클 루이스는 ‘종종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잘 아는 작가다. 출루율이라는 보잘것없던 통계가 불러온 야구계의 격변을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단 단장의 자전적 실화로 풀어낸 ‘머니볼’(2003년)이 그랬듯 이 책도 미식축구 전술의 작은 변화가 일궈낸 흑인 빈민 소년과 백인 부유층 가족의 휴먼스토리를 담았다.
이미 10년 전 국내에서도 개봉된, 이 책을 바탕으로 만든 동명의 영화는 백인 가족이 길거리 갱이 될 뻔한 흑인 소년을 연봉 수백만 달러의 프로 미식축구 선수로 키워내는 훈훈한 과정을 담았다. 흑인판 신데렐라 내지는 미국판 피그말리온처럼도 보인다.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의 기운이 가시지 않은 현재 시각으로 보면 자칫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하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책장을 펼치면 미 남부 복음주의 기독교도 가족의 선행이라는 태풍은 1980년대 초반 로렌스 테일러라는 불세출의 미식축구 수비수가 부른 나비효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우리나라 야구팬은 1000만에 가깝다지만 미식축구팬은 채 1만이 될까. 만약 이 전형적인 미국 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전형적인 표현으로 이 책을 쥐는 순간 손에서 놓지 못할 것이다. 낯선 전문용어가 난무하지만 번역자가 최대한 매끄럽게 풀어내 군데군데 눈에 띄는 오타와 오역에도 너그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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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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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9, 2020 at 01: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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