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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June 19, 2020

[책의 향기]국가 번영의 뒤안길서 신음하는 일본인들 - 동아일보

tamonaa.blogspot.com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강상중 지음·노수경 옮김/228쪽·1만3800원·사계절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한 뒤 일본에서는 ‘1억총참회(1億總懺悔)’라는 말이 득세했다. 무모한 전쟁도, 무참한 패배도 누구를 탓할 것 없이 일본 국민이 잘못을 뉘우쳐야 한다는 취지였다.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는 말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그 폐해는 고스란히 힘없는 국민, 이 책의 표현을 빌리면 ‘헐벗은 백성’에게 돌아간다.

재일 한국인 진보 지식인인 저자가 2016년 1월∼2017년 9월 교도통신 주관으로 일본 약 30개 일간지에 연재한 기행문 ‘강상중 사색의 여행 1868년부터’를 묶은 책이다. 오키나와에서 조선인 강제징용과 비참한 탄광 생활의 나가사키현 군함도, 최악의 공해병이던 미나마타병의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 1995년 한신대지진의 최대 피해지 효고현 고베시,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진앙’ 후쿠시마현 원자력발전소, 홋카이도 노쓰케반도까지 일본 열도를 종단하며 국가 번영의 뒤안길에서 신음하는 국민의 자취를 좇았다.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열강과 어깨를 견주는 근대국가로 발돋움하고, 패전 후 고도성장으로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강대국이 되는 등 일본이라는 국가는 떠올랐다. 그러나 실패와 과오로 비극이 되풀이될 때마다 국가는 그 이유를 묻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며 ‘망각의 안전지대로 도망’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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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같은 ‘희극적 일상의 반복이 일본 근대의 패턴’이라고 꼬집으며 그 근원을 19세기 서구에 맞선 메이지 일본의 국가 전략이던 화혼양재(和魂洋才)에서 찾는다. 일본의 정신과 서양의 기술 지식의 조화를 뜻하는 이 말은 정신과 기술의 분리를 뜻한다. 따라서 패전도, 재앙도 기술의 실패일 뿐 정신, 화혼 즉 국가의 문제는 아니라는 논리가 성립한다. 화혼은 ‘무오류의 천황’에서 ‘국민 없는 국가주의’로 양태를 바꿨을 뿐이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국가와 사회가 함께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며 ‘한국은 분명히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이라고 칭송한다.

하지만 시민사회가 국가의 핵심으로 들어가 정권을 대변하는 현재 양상을 모르고 하는 말인 것 같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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