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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August 24, 2020

외국인이 생각하는 '한국의 향'은 과연 어떤 냄새일까 - 미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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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러스(귤향)의 매력에 반전을 주는 레몬향.'
최근 뉴욕의 니치 향수 브랜드 ‘르 라보’가 서울에서 영감을 받은 향수 ‘시트롱28’을 출시하면서 내놓은 설명이다. 시트롱28은 2006년 뉴욕·LA·파리·런던 4개 도시를 주제로 시작된 시티 익스클루시브 향수 컬렉션 중 하나다. 올해는 14번째 도시로 서울이 선정됐고, 한국에서만 판매되는 한정판 향수로 출시됐다.
뉴욕발 니치 향수 브랜드가 생각하는 '서울의 냄새'는 설명처럼 상큼하다. 레몬·귤의 시큼하면서도 청량감 있는 향으로 시작해 은은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끝난다. 르 라보 측은 "시더(향나무)·머스크에 베이스를 둔 레몬·생강·재스민향으로 전통적이지만 역동적인 느낌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르 라보 '시트롱28'. 사진 르 라보

한국은 세계 뷰티업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자체 시장 규모는 미국·중국·유럽에 비해 크지 않지만 한류와 K뷰티 인기에 중국과 동남아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때문에 '한국의 향기'를 향수로 만들어 내놓는 해외 브랜드들이 많다. 2012년 이탈리아 뷰티 브랜드 '산타 마리아 노벨라'가 서울을 모티프로 한 향수 ‘알바 디 서울’을 만들어 전 세계에 출시했고 현재까지도 판매 중이다. 2016년 뉴욕 향수 브랜드 ‘아틀리에 코롱’이 경남 진해 벚꽃 향기에서 영감을 얻어 선보인 향수 ‘앙상 진해’도 유명하다.

다이내믹한 에너지 vs 한옥·자연의 고요함
흥미로운 건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의 향은 정반대 이미지로 나뉜다는 점이다. 소나무·향나무 냄새처럼 은은하고 정적인 느낌의 향이거나, 반대로 톡 쏘는 강렬한 느낌이거나. 한국 생활 5년 차인 영국인 제롬 아이더는 "24시간 멈추지 않는 도시의 모습에서 역동성을 느끼기도 하고, 동시에 도심 안에 산·숲이 있다는 점과 한옥이 가진 정적인 정취가 있다"면서 "이를 향으로 표현하면 강렬한 레몬 또는 후추향, 자연을 연상시키는 나무향이 떠오른다"고 했다. 2018년 서울을 방문했던 아틀리에 코롱의 창립자 겸 조향사인 실비 갠터는 인터뷰에서 "장소와 연관된 향을 만들 땐 내가 실제로 지냈던 공간의 느낌을 향기로 담아낸다"며 "한국은 알수록 재미있다. 초록 숲과 도시가 공존하며 곳곳에 재밌는 감성의 장소와 식당들이 숨겨져 있다. 앙상 진해와 함께 론칭했던 향초 '떼 서울(차와 서울)’은 나무로 둘러싸인 한옥에서 친구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향기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앙상 진해는 진해 벚꽃향에 레몬·페퍼(후추)·패출리 등의 강렬한 향을 조합해 에너지가 넘치는 한국의 느낌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아틀리에 코롱의 '앙상 진해'. 사진 아틀리에 코롱

에르메스 향수 '트윌리 데르메스 오 프와브레'. 사진 에르메스 퍼퓸


한국의 역동성을 표현한 향수는 또 있다. 에르메스 메종의 '트윌리 데르메스 오 프와브레'다. 이 향수는 톡 쏘는 듯한 강렬한 향과 달콤한 향이 잘 어우러져 있다. 에르메스 메종의 수석 조향사 크리스틴 나이젤은 지난해 10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에 올 때마다 거리에서 느껴지는 에너지와 젊은 한국 여성들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자신을 꾸미는 데 당당하고 대담한 시도를 즐기더라. 언젠가 이런 이미지를 향수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알바 디 서울'. 사진 산타 마리아 노벨라


한국의 자연을 모티브로 정적인 이미지를 표현할 경우엔 주로 소나무·삼나무 등의 향을 소재로 쓴다. '알바 디 서울' 향수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유제니오 알팡데리 CEO가 서울을 방문했을 때 새벽 남산로를 산책하며 맡았던 향에서 탄생했다. 이 향수는 은은한 청량감 때문에 한국의 젊은 남성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담당 최소윤 MD는 "구매자의 84%가 남성으로, 특히 20~30대 남성 비중이 74%를 차지한다"고 했다. SPA 브랜드 자라가 2017년 내놓은 남성용 향수 '서울' 역시 나무향을 기본으로 헤이즐넛·페퍼·앰버(호박)향을 조합한 가볍고 청량한 향이 특징이다.

패션 브랜드 자라의 향수 '서울'. 사진 자라

이니스프리의 홈 프래그런스 '시그니처 디퓨저 엘리먼츠 오브 제주'. 사진 이니스프리


제주의 자연을 모티브로 다양한 향의 제품을 만들고 있는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우리는 한국적인 소재를 찾을 때 전통적인 것을 먼저 떠올리지만, 외국인들은 한국의 향을 '서울'이란 도시 이미지에서 찾는다"며 "같은 소재를 보더라도 해석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연꽃을 보면 한국인은 단아함·청량함·고요함 등의 이미지를 떠올려 풀향기로 표현하는 반면, 외국인은 재스민 등 좀 더 강렬한 꽃향기로 풀어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 자라의 '서울' 향수에 대해서도 국내의 한 향수 커뮤니티 블로그에선 "개인적으로는 서울보다는 (자연에 좀 더 가까운)제주나 부산으로 이름을 지었다면 더 매치가 잘 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올라와 한국인과 외국인이 가진 시각차를 드러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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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4, 2020 at 06:33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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