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이란 무엇인가/마틴 반 크레벨드 지음·김희상 옮김/464쪽·2만5000원·니케북스
책의 원제인 ‘Conscience: a Biography’(2015년)는 ‘양심전(傳)’에 가깝다. 유사 이래 인류가 양심을 어떻게 이해해왔으며 그 내용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구약성경에는 양심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책임감을 나타내는 단어들이 있었고 ‘신장(腎臟)이 찔린다’는 표현으로 회한을 의미했지만 양심 개념과 일치하지는 않았다. 고대 그리스에서 선(善)을 뜻하는 ‘아가토스’는 지배계급이 하층민과 차별화하기 위한 덕성이었다.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뜻의 ‘아이도스’도 이익을 위해 무시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겼다.
로마 제국은 영어 양심(conscience)의 어원인 라틴어 ‘conscientia’를 낳았다. ‘완전히(자기를) 아는 것’이라는 뜻처럼 행위의 결과보다 마음을 가진 주체의 균형과 자율성이 중요했다.“나는 누군가에게 충분히 공정하지 못했다고 느낄 때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 다른 누구도 아닌 아돌프 히틀러의 말이었다. 유대인 대량 말살이라는 반인류적 범죄가 독일인들에 의해 일어난 책임에서 헤겔과 칸트가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날 양심에 대한 연구는 신경과학자들의 논의로 대치되는 듯이 보인다. 스키너를 비롯한 심리학자들은 양심을 ‘사회적, 복합적 억압’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규범과 억제는 양심의 지극히 작은 부분밖에 포괄하지 못한다. 따라서 양심의 실체에 대한 추적은 끝나지 않았으며, 그 중요성 또한 줄어들지 않는다. 신과 국가가 사라진 자리를 이제 환경 같은 새로운 개념이 대치하고 있다.
히브리대 명예교수인 저자는 ‘히틀러와 나치스에게 양심이 있었을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제3제국을 훨씬 넘어선 광대한 지적 탐험이 결과물로 남았다. 자신이 속한 사회의 민족이나 종교에 대해 필요 이상의 가치 부여를 하지 않는 점도 매력이다.책의 전모를 파악하느라 끙끙거린 뒤에는 말미에 전체 내용을 친절하게 요약한 ‘맺는 말’이 기다린다. 이 부분부터 읽는 것도 좋은 전략일 듯하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September 26, 2020 at 01: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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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히틀러와 나치스에게 양심을 묻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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